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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벤처스튜디오, 스타트업을 ‘고르는’ 투자에서 ‘만드는’ 투자로 - 안희철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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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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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

벤처투자는 보통 이미 만들어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서 시작한다.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팀을 구성해 회사를 설립하면 액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이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투자한다. 우리 벤처투자 제도 역시 오랫동안 이러한 구조를 전제로 발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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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조금 다른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바로 벤처스튜디오다. 벤처스튜디오는 만들어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 발굴, 시장검증, 창업자 영입, 법인 설립, 제품개발, 채용과 초기 투자까지 직접 관여하면서 회사를 함께 만든다. 한마디로 스타트업을 만드는 조직이다. 미국의 아이디어랩이나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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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스튜디오가 중요한 이유는 창업의 시행착오를 조직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바이오 등 딥테크 분야에서는 좋은 기술이 있다고 곧바로 좋은 회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사업화 방향을 정하고,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며, 적절한 창업자와 핵심 인력을 모으고, 초기 고객과 후속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벤처스튜디오는 이러한 기능을 하나의 조직에 축적해 여러 기업에 반복적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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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존 법 제도가 이런 모델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창업기획자에 대한 규제는 기본적으로 외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를 전제로 한다. 투자자가 과도하게 경영권을 장악하거나 자기 계열회사를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영지배 목적 투자와 계열회사 주식 보유 등을 제한해 왔다. 그런데 벤처투자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종전에는 창업기획자가 직접 선발하거나 보육한 초기창업기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경영지배 목적 투자를 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제한이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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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하나의 문제가 남아 있다. 창업기획자는 원칙적으로 등록 후 5년까지 전체 투자금액의 40% 이상을 초기창업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창업법은 기존 법인과 그 임원이 신설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50%를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 이를 '창업'에서 제외한다. 벤처스튜디오가 신설회사에 많은 자금과 인력, 위험을 부담할수록 의무투자 비율을 충족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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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우수한 연구인력과 기술, 제조 인프라와 벤처자본이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미 만들어진 스타트업을 잘 골라내는 능력뿐 아니라, 좋은 기술과 사람을 결합해 회사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역량이다. 정책 역시 좋은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제도에서 나아가 좋은 스타트업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는 제도로 확장돼야 한다. 벤처스튜디오는 그 사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제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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