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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업자는 왜 투자계약의 ‘이해관계인’이 되는가 - 안희철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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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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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를 투자계약에서 빼면 문제가 해결될까

앞선 글에서 살펴본 오지큐(OGQ) 사건에서는 회사가 받은 약 90억 원의 투자금과 지연손해금을 창업자 개인이 부담하게 됐습니다. 법원이 신철호 대표의 책임을 인정한 이유는 대표이사나 최대주주라는 지위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신 대표가 투자계약의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해 직접 상환의무를 부담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창업자의 개인책임을 피하기 위해 창업자를 투자계약의 당사자에서 제외하면 되는 것일까요.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주식회사는 회사와 주주, 이사가 서로 구분되는 조직입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창업자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는 경우가 많아 한 사람이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률적으로 회사와 창업자 개인은 별개의 주체입니다. 이를 주식회사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이라고 합니다.


회사만 투자계약의 당사자가 되면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이나 의결권을 충분히 규율하기 어렵습니다. 창업자의 주식 처분을 제한하거나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투자자에게 우선매수권이나 공동매도권을 보장하려면 창업자 본인이 계약 당사자로 참여해야 합니다. M&A 과정에서 창업자가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거나 매각에 협조하도록 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창업자나 주요 주주를 ‘이해관계인’으로 투자계약에 참여시키는 것 자체는 합리적이고 일반적인 계약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창업자가 이해관계인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해관계인으로서 어떤 의무를 어느 범위까지 부담하느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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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계약에도 창업자 당사자인 ‘Key Holder’가 있다

미국 벤처투자계약에도 한국의 이해관계인과 유사한 ‘Key Holder’가 존재합니다.


미국벤처캐피탈협회(NVCA)의 표준계약 체계에서도 창업자나 핵심 주주는 Key Holder라는 지위로 투자계약에 참여합니다. Key Holder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 회사와 투자자에게 우선매수 기회를 제공하거나, 회사 매각과 이사 선임에 관해 일정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창업자가 투자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거나, 투자계약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책임의 무게중심은 한국과 다릅니다. 미국식 투자계약에서 Key Holder의 의무는 주로 자신의 주식 처분과 의결권 행사, 회사 매각에 대한 협조 등과 관련됩니다. 회사가 실패하거나 사업계획이 무산됐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자가 투자원금과 약정수익을 개인 재산으로 지급하는 구조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도 이해관계인은 본래 창업자의 주식과 의결권, 경영 참여를 계약으로 규율하기 위해 마련된 당사자 지위입니다. 그러나 실제 투자계약에서는 그 역할과 책임이 미국식 Key Holder보다 훨씬 넓게 규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금 회수 수단이 된 한국의 이해관계인

한국식 투자계약에서 창업자는 이해관계인으로서 주식 처분 제한이나 경영 협조 의무뿐 아니라 회사의 진술 및 보장 위반에 대한 책임, 투자금 사용 목적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위약금과 위약벌, 상환의무와 주식매수청구권까지 부담하기도 합니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권은 이해관계인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투자자는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매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매가격 역시 당시의 주식 시가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원금에 연 12% 또는 그 이상의 수익을 더한 금액, 최근 투자단가, 과거 거래가격이나 회계법인의 평가액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더라도 창업자는 가치가 낮아진 주식을 투자원금과 약정수익이 반영된 가격으로 매수해야 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상대로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에는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과 관련한 상법상 규제가 적용됩니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원칙적으로 배당가능이익이 필요하지만, 상당수 스타트업은 이를 위한 충분한 재원이 없습니다. 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에 투자계약에서는 회사와 별도로 이해관계인을 주식 매수의무자로 정하기도 합니다. 회사법이 회사 재산의 유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계약을 통해 창업자 개인을 별도의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두는 것입니다.


오지큐 사건에서 투자자들이 오지큐가 아닌 신 대표를 상대로 상환을 청구한 것도 이러한 계약 구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대보증 문구가 없어도 개인책임은 발생할 수 있다

오지큐 사건은 전형적인 풋옵션, 즉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사건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투자자는 이해관계인에게 주식을 이전하고, 이해관계인은 그 대가로 주식매매대금을 지급합니다. 반면 오지큐 사건의 계약에는 예정된 회사 인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식인수대금을 상환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신 대표의 책임 역시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아니라 투자금 상당액을 직접 상환할 의무였습니다.


다만 항소심은 투자금 반환과 주식 이전이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투자자는 주식을 이전하고 신 대표는 투자금 상당액을 지급하게 되므로, 경제적 결과는 주식매수청구권과 유사합니다.


창업자의 개인책임은 투자계약서에 ‘연대책임’이나 ‘연대보증’이라는 문구가 있어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책임, 창업자 개인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투자금 상환의무와 위약금은 법률적 구조가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모두 창업자 개인이 투자원금과 수익 상당액을 부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계약을 검토할 때는 연대보증 조항의 존재만 살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인이 각 조항의 의무주체로 포함돼 있는지, 어떤 사유가 발생했을 때 개인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벤처투자법이 창업자 책임을 모두 없앤 것은 아니다

최근 개정돼 시행 중인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은 창업자 등 제3자가 피투자회사의 의무를 연대해 부담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다만 선행조건 위반, 허위 진술과 보장, 투자금 사용 목적 위반, 계약에 반한 주식 처분 등에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제3자에게 예외적으로 연대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회사의 모든 계약 위반에 대해 창업자가 무제한으로 연대책임을 부담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벤처투자법이 직접 제한하는 것은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해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창업자가 투자자와 별개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이나 독립적인 상환의무, 창업자 자신의 위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과 위약금까지 모두 금지한 것은 아닙니다.


투자계약서가 회사의 채무와 별도로 창업자에게 직접적인 주식 매수의무나 상환의무를 부과한다면, 단순히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법 조항만으로 해당 약정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반베이스 사건 역시 외관상으로는 창업자가 투자금 상당액을 책임진 사건이지만, 법적으로는 회사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이 아니라 창업자 개인을 상대로 한 주식매수청구권과 주식매매대금 지급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결국 벤처투자법이 개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자의 개인책임 위험이 사라졌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에서 개인에게 직접 부과한 의무가 무엇인지를 별도로 살펴봐야 합니다.


창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위험에 책임을 연결해야 한다

창업자의 개인책임을 모두 없애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창업자가 투자자를 속여 투자금을 납입하게 하거나, 진술과 보장을 고의로 허위 작성하거나, 투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자신의 주식을 몰래 처분했다면 개인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만 개인책임은 창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행위와 연결돼야 합니다. 시장 변화와 후속 투자 실패, 핵심 고객 이탈이나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실패까지 창업자의 개인 재산으로 보전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벤처투자는 성공하면 큰 수익을 얻는 대신 실패하면 원금을 잃을 위험도 감수하는 자본입니다. 통상적인 사업상 위험까지 창업자에게 다시 이전한다면 형식은 지분투자이지만, 실질은 개인보증이 결합된 금융거래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오지큐 사건이 주는 중요한 교훈은 회사와 이해관계인의 의무를 계약서에서 명확히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 및/또는 이해관계인은’이라는 표현은 간편하지만 위험합니다. 하나의 주어 아래 회사와 창업자의 의무가 섞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개인책임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계약서에는 회사가 부담하는 의무와 이해관계인이 부담하는 의무를 별도의 조항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해관계인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본인의 의무 위반에 한정해야 합니다. 회사의 위반을 이유로 창업자에게 책임을 확대하려면 고의 또는 중과실, 위반행위에 대한 실질적 관여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요건으로 정해야 합니다.


주식매수청구권 역시 회사에 대한 권리와 이해관계인에 대한 권리를 구분해야 합니다. 이해관계인에게는 본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중대한 계약 위반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매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해관계인을 본래의 역할로 되돌려야 한다

오지큐 사건을 법원이 계약을 잘못 해석한 사례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들은 거액의 투자금을 조기에 납입하면서 M&A가 무산될 경우의 안전장치를 요구했습니다. 신 대표는 이해관계인으로 계약에 참여해 해당 조항을 수용했습니다. 법원이 계약 문언과 협상 경위를 토대로 직접적인 상환책임을 인정한 데에는 계약상 근거가 있었습니다.


반면 회사가 지급받아 회사의 M&A에 사용하기로 한 투자금이 자신의 90억 원대 개인채무로 전환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신 대표의 주장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연대보증’이나 ‘개인적으로 투자원금 전액을 부담한다’는 표현이 직접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간극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투자자는 안전장치라고 이해했고, 창업자는 회사의 사업 수행에 관한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조항을 창업자 개인의 독립적인 상환의무로 해석했습니다.


투자계약에 이해관계인을 당사자로 포함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해관계인이 회사의 모든 실패를 마지막에 떠안는 최후의 책임자가 돼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계약서에서 ‘연대책임’이라는 단어만 지우는 일이 아닙니다. 회사의 사업상 위험이 창업자 개인에게 이전되는지, 이해관계인의 책임이 자신의 고의 또는 중과실과 직접적인 위반행위에 연결돼 있는지, 책임의 범위가 실제 잘못과 손해에 비례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좋은 투자계약은 위험을 없애는 계약이 아닙니다. 회사와 투자자, 창업자가 각자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계약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안변의 스타트업 법률 노트] 회사가 받은 90억 투자금, 왜 창업자의 120억 빚이 됐나 출처: [안변의 스타트업 법률 노트] 회사가 받은 90억 투자금, 왜 창업자의 120억 빚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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