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사가 받은 90억 투자금, 왜 창업자의 120억 빚이 됐나 - 안희철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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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7-20본문

회사가 받은 투자금이 창업자 개인의 빚으로 돌아온 사건
회사가 받은 투자금은 회사 계좌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예정했던 M&A가 무산되자 투자자는 회사가 아니라 창업자 개인을 상대로 투자금 전액의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창업자가 직접 이를 갚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그 책임이 확정됐습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 오지큐(OGQ)와 창업자 신철호 대표를 둘러싼 사건입니다. 신 대표가 부담하게 된 금액은 투자원금 약 90억 원에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더한 약 120억 원에 이릅니다.
이 사건을 단순히 ‘창업자 연대보증 사건’으로 이해하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투자계약서에 일반적인 연대보증 조항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투자자가 통상적인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한 사건도 아니었습니다. 투자자가 이해관계인을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던 어반베이스 사건과도 구조가 다릅니다.
법원이 인정한 것은 신 대표가 회사의 채무를 보증했다는 책임이 아니라, 투자계약의 ‘이해관계인’으로서 직접 부담한 계약상 의무였습니다. 법률적 구조는 다르지만 경제적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회사가 받은 투자금과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창업자 개인이 부담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은 투자계약서에 자주 등장하는 ‘이해관계인’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계약상 지위나 호칭이 아니라 창업자의 책임 범위를 결정할 수 있는 조항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최근 개정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 창업자의 개인책임 문제를 모두 해결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입니다.
90억 원 투자, 전제는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였다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지큐는 이미지와 영상, 음원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오지큐는 사업 확대를 위해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분 인수를 추진했고,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신철호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해당 인수가 성사될 경우 콘텐츠 플랫폼 사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결성해 오지큐가 발행한 종류주식 11만2500주를 약 9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이 게티이미지코리아와 그 주주인 이매진스 인수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인수가 무산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주인수계약 제18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투자대상기업 및/또는 이해관계인은 투자자로부터 받은 본건 주식인수대금을 ㈜게티이미지코리아 및 ㈜이매진스 인수 목적으로 사용하여야 하며, 해당 인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본건 주식인수대금을 지체 없이 투자자에게 상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인수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오지큐는 2022년 6월 게티이미지코리아 측에 인수협상 종료 의사를 전달했고, 투자자들에게도 이를 알렸습니다. 이후 투자자들은 신 대표 개인을 상대로 투자원금 약 90억 원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년 7월 투자자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이어 서울고등법원도 신 대표의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이 2026년 4월 2일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최종 확정됐습니다.
엇갈린 계약 해석
투자자들은 신주인수계약 제18조의 문언상 투자금 상환의무자는 오지큐뿐 아니라 신 대표도 포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투자대상기업 및/또는 이해관계인’이라는 표현이 조항 전체의 주어인 만큼, 투자금 사용 의무뿐 아니라 상환의무 역시 회사와 이해관계인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계약 체결 과정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약 90억 원을 납입하는 대신,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가 무산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요구했고, 신 대표 역시 이러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수정된 계약 조항에 동의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신 대표는 투자금을 실제로 지급받고 사용한 주체는 오지큐인 만큼 반환의무 역시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투자금 사용 목적을 지키는 의무는 회사와 대표이사가 함께 부담할 수 있지만, 투자금을 반환하는 의무까지 대표이사 개인에게 인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설령 자신에게 일정한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회사 채무를 담보하는 보증책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의 반환약정이 특정 투자자에게 원금 회수를 보장하는 내용이라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해 무효이고, 이에 부종하는 자신의 보증책임 역시 무효라는 논리였습니다.
또한 신 대표는 상환조건도 아직 성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계약에는 게티이미지코리아를 언제까지 인수해야 하는지 명시적인 기한이 없었고, 이후에도 인수를 계속 추진했던 만큼 단순히 일정이 지연된 것일 뿐 인수가 최종적으로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회사가 받은 약 90억 원을 대표이사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해석은 거래관행이나 형평에도 맞지 않으며,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이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금만 반환받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왜 창업자의 책임을 인정했나
재판부는 계약 문언뿐 아니라 계약이 체결된 경위와 당사자들이 달성하려 했던 경제적 목적까지 함께 고려했습니다.
우선 ‘투자대상기업 및/또는 이해관계인’이라는 표현이 제18조 전체의 주어라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어디에도 투자금 사용 의무는 회사와 신 대표가 함께 부담하지만, 상환의무는 회사만 부담한다고 구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계약 체결 과정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투자자들은 조기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상환조항을 요구했고, 신 대표는 수정된 계약서를 검토한 뒤 별다른 이의 없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신 대표가 해당 조항의 의미와 효과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신 대표의 책임을 단순한 보증채무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서 어디에도 회사가 채무를 부담하고 신 대표가 이를 보증한다는 내용은 없었으며, 회사와 이해관계인이 상환의무의 주체로 병렬적으로 규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신 대표의 책임은 회사 채무에 부종하는 보증책임이 아니라 독립적인 계약상 의무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상환조건 역시 이미 충족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인수 일정이 늦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상환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지큐가 2022년 6월 게티이미지코리아 측에 인수협상 종료 의사를 전달하고 투자자들에게도 이를 알린 시점에는 사실상 인수가 무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협상을 다시 시도하려 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성취된 조건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은 신 대표가 투자금을 지급하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투자금 반환과 주식 이전이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이 남긴 의미
이번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회사의 의무와 창업자 개인의 의무를 명확히 구분했다는 데 있습니다.
재판부는 신 대표가 대표이사나 최대주주라는 지위 때문에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투자계약의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해 직접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계약 당사자가 됐기 때문에 개인책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결국 투자금은 회사가 받았지만 계약의 구조에 따라 창업자 개인에게도 직접적인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계약서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해관계인’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창업자의 책임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투자계약에는 창업자를 ‘이해관계인’으로 참여시키는 것일까요. 또 창업자의 책임은 어디까지 인정돼야 하고, 어디까지가 회사가 부담해야 할 사업상 위험일까요.
*다음 편에서는 ‘이해관계인’의 법적 의미와 미국 VC 투자계약의 Key Holder 제도, 그리고 최근 벤처투자법 개정 이후에도 창업자의 개인책임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