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카카오모빌리티 美 상장, 모회사 카카오 반대에도 가능할까 - 안희철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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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10-01본문
자회사 상장을 모회사 이사회가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유례없는 사건이 최근 있었습니다. 그것도 코스닥 시장의 조그만 기업이 아닌 모든 국민들이 다 아는 카카오에서 말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걸까요? 사안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상장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건 지난 22일 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이자 사모펀드운용사인 TPG(텍사스퍼시픽그룹)가 추진하는 상장에 1대 주주 카카오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죠.
카카오 이사회가 반대했다고 미국 상장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장 주도권을 쥔 TPG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도 어려운 상황인데요. 10년 가까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TPG 앞에 또다시 가시밭길이 놓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이슈체크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법적 논란 등을 짚어봅니다.
■ 주도권 쥔 TPG, 제동 건 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의 모빌리티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하면서 설립됐습니다. 이후 여러차례 외부투자를 받았는데 TPG도 그 중 하나입니다. TPG 컨소시엄은 두차례(2017년, 2021년)에 걸쳐 약 6300억원을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했습니다. 현재 주주 구성은 카카오 57.18%, TPG 29%, 칼라일 6.17% 등입니다.
TPG와 카카오는 첫 투자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를 2022년까지 상장하겠다'는 주주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분식회계 논란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카카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죠.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던 TPG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상장이 지연되자 TPG는 주주간계약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과 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상장 추진의 주도권을 쥐게 됐는데요. 그 중심에 지난 4월 설치된 주주가치제고위원회가 있습니다.
주주가치제고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 이사회 산하에 설치된 기구입니다. 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반기보고서에는 '주주들의 가치 제고와 이익 보호를 위한 기업공개, 투하자본 회수 등을 논의하는 조직'이라고 명시돼 있는데요. 사실상 TPG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상장 준비가 위원회의 핵심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원회에는 상장 추진과 관련한 권한도 부여됐습니다. 지난 5월 이 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건 내용을 보면 '주관사 선정과 상장 목표 일정, 구주 매출 관련 업무 권한 위임 등'이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구주 매출' 입니다. 쉽게 말해 TPG 보유 지분(구주)을 기업공개 과정에서 공모매각(매출)하는 업무와 관련한 권한 일체를 이 위원회가 위임받았다는 거죠. 기업공개처럼 중요한 경영적 판단은 이사회 구성원 전체가 결정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사회가 구주 매출을 포함한 상장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주주가치제고위원회에 넘긴 것입니다.
주주가치제고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눈여겨봐야겠죠. 위원 3명 가운데 2명이 TPG 측 인사(윤신원 TPG 부대표, 손승헌 이사)입니다. 두 사람은 카카오모빌리티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TPG측 이사가 주주가치제고위원회 위원 자리의 과반을 차지함으로써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에 대한 권한과 결정은 TPG 측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 위원회가 TPG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곳이라고 설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위원회가 꾸려진 뒤에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검토가 본격화됐습니다. TPG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원주 기초자산으로 하여 미국 시장에서 ADR을 발행하고 이를 미국 투자자에게 공모매각한다는 겁니다. 이는 곧 카카오모빌리티를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ADR 상장이 사실상 공식화된 상황에서 카카오는 지난 22일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같은 ADR 상장 구조가 모회사인 카카오와 카카오의 일반주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카카오 이사회가 검토한 끝에 상장 추진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겁니다.
이번 카카오의 공시는 두 가지 점에서 눈에 띕니다. 우선 모회사가 자회사의 상장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모회사가 자회사의 상장에 반대 의사를 밝힌 건 처음이고요. 반대한 이유를 상세히 담은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모회사가 자회사 상장에 관한 입장을 공시로 밝힌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자회사 SK온이 상장을 추진했을 당시 구주매출 재원으로 특별배당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바 있습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사태로 중복상장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 주주를 위한 환원 방안을 내놓은 것이죠. 다만 SK온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처럼 자회사 상장에 반대하는 입장과 그 이유를 공시로 밝힌 사례는 없었습니다. 카카오는 왜 이 내용을 시장에 상세히 공개했을까요. 그 배경에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자회사가 상장을 추진할 때 모회사 이사회가 거쳐야 할 절차들이 담겨 있습니다.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보호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하는데요. 이러한 절차들을 거쳐 모회사 이사회는 자회사에 관련 내용을 통지해야 합니다. 참고로 해외 시장에 상장하더라도 이 절차는 준수해야 합니다.
카카오의 이번 공시는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모회사가 자회사 상장에 대한 입장을 공개한 첫 사례입니다. 카카오 이사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ADR 상장이 회사와 일반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따져본 뒤 현재 추진 중인 구조에 반대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고요.
카카오는 그 이유를 크게 네가지로 들었는데 내용의 핵심은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이 없다'는 겁니다. 이번 상장이 TPG의 구주 매출에 초점이 맞춰 있기 때문에 카카오 일반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이 불분명하고요. 투자 수요가 분산되는 점도 반대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별도로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카카오를 거치지 않고 카카오모빌리티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겠죠. 두 회사로 투자가 분산되면서 카카오의 기업가치에 적용되는 할인 요인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