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 등록제, 안전판으로 ‘배달’되려면 - 김용혁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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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9-15본문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두드리면 삼십 분 뒤 문 앞에 음식이 도착하는 세상이다. 배달과 퀵서비스로 대표되는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는 어느새 우리 일상의 기반시설이 되었지만, 법의 옷장에서 이 산업이 걸치고 있던 옷은 의외로 가벼웠다. 누구나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는 ‘자유업’이 원칙이었고,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마련한 인증제는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스스로 신청하면 인증을 부여하는 임의적 제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6년 4월, 이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언론에서 ‘배달업 등록제’, ‘퀵서비스 등록제’로 불리며 논쟁의 한가운데에 선,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 등록제가 그것이다.
자유업에서 등록업으로, 무엇이 달라지는가
개정안의 골자는 간명하다.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을 하려는 자는 재무능력, 중개시스템 구축•운영, 종사자 안전 확보 등의 요건을 갖추어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하고, 등록 없이 사업을 경영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문을 열어 두고 원하는 자만 들어오게 하던 인증제의 시대가 저물고, 요건을 갖춘 자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등록제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파산자나 이 법 위반 전과자 등에 대한 결격사유, 등록증 대여 금지, 지위승계와 휴업•폐업 신고, 등록취소와 영업정지 등 진입과 퇴출을 관리하는 장치들도 함께 설계되었다.
더 주목할 것은 의무의 확장이다. 지금까지 인증사업자에게만 적용되던 종사자의 범죄경력 조회, 운전자격 확인, 유상운송보험 가입 확인, 교통안전교육 이수 확인 의무가 모든 사업자에게 전면 적용된다. 불법 체류 외국인의 명의도용 배달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현실을 반영하여 ‘본인 일치 여부’ 확인 의무가 새로 도입되었고, 확인되지 않으면 업무 위탁을 중단해야 한다. 사업자는 업무를 위탁한 영업점이 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와 각종 확인 의무를 이행하는지 관리할 책임을 지며, 배송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영업점•종사자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도 부담한다.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가 운송수단에 추가된 것도 눈에 띈다. 기존 인증사업자는 사업자로 간주하되 시행 후 1년 내 등록을 마치도록 하는 경과조치를 두었다.
엇갈리는 목소리들
등록제 도입에 찬성하는 쪽의 논거는 뚜렷하다. 인증제 아래에서는 인증을 받지 않은 사업자에게 소비자 보호와 종사자 안전을 위한 규제가 전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같은 배달 화물을 다루면서 누구는 종사자의 자격과 보험을 확인하고 누구는 확인하지 않는 기울어진 시장에서, 성실한 사업자가 오히려 비용 경쟁에서 밀리는 역설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보험확인 제도 도입 등 부처와 업계의 노력으로 산재 사고가 감소 추세에 있으나 현장의 안전 문제와 무자격 운전이 야기하는 시민의 불안을 생각하면, 모든 사업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등록제는 늦었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목소리다.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 산업 특유의 구조가 문제된다. 배달 산업은 영업점과 종사자가 특정 회사에 전속되지 않고 여러 플랫폼과 동시에 계약하는 복잡한 다중계약 구조로 움직이는데, 개별 사업자에게 모든 영업점과 종사자에 대한 관리의무를 지우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영업점은 사업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한 독립 사업자인데, 그 내부의 노무관리까지 들여다보라는 요구는 타인의 경영에 대한 간섭이 될 수 있고, 직접 계약관계도 지휘•감독 권한도 없는 배달원의 잘못에 대해 연대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실책임이라는 손해배상 법리의 원칙과도 긴장을 일으킨다. 등록 요건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여 중소사업자의 진입을 막고 대형 플랫폼 중심의 독과점을 굳힐 것이라는 걱정, 그 비용이 배달비 인상과 서비스 지연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등록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필자가 보기에 이 논쟁의 승부처는 등록제 도입 여부 자체가 아니라, 제도를 떠받칠 기반이 먼저 마련되는가에 있다. 무엇보다 공적 확인 시스템의 선행 구축이 관건이다. 현재 사업자가 종사자의 범죄경력을 확인하려면 종사자가 제출한 회보서를 일일이 수기로 살펴야 하고, 보험 가입과 교육 이수를 실시간으로 검증할 공적 시스템은 아직 구축조차 되지 않았다. 운전자격만이 공단 시스템 연동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실정이다. 검증 인프라 없이 확인 의무만 부과하면, 위•변조 서류 앞에서 무력한 형식적 확인이 반복되고, 확인 지연은 종사자의 소득 감소와 배송 차질로 이어지며, 주민등록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민간의 손에 쌓이는 위험만 커진다. 국가가 자격•보험•교육의 이행 상태를 확인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사업자는 그 결과값을 확인해 조치하는 구조가 되어야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한다.
다음으로 ‘관리’의 범위와 책임의 경계를 하위법령에서 분명히 그어야 한다. 사업자가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관리가 무엇인지 구체화하고, 공적 시스템을 통해 합리적인 확인 조치를 다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경감하는 기준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의무와 권한이 어긋난 채 책임만 확장되면, 현장은 서류 중심의 형식적 준수나 과잉 제한으로 흐르고 정작 안전의 실질은 개선되지 않는다. 개인형 이동장치 역시 보험과 교육, 보호장비의 표준화된 기준이 정비된 뒤에 편입되어야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자발적으로 인증을 받아 확인 시스템에 먼저 투자해 온 사업자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시행 시기의 단계적 설계와 인센티브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등록제는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등록증이라는 종이 한 장이 배달 현장의 안전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것은 결국 검증의 인프라, 집행의 정교함, 그리고 현장의 수용성이다. 국회의 심의 과정에 산업의 구조적 특성과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 이 등록제가 종사자와 소비자, 성실한 사업자 모두를 지키는 안전판으로 배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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