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 도입 의미와 대응 - 강송욱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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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10-16본문
최근 M&A 시장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한국형 베어허그(bear hug)’ 제도 도입입니다. 베어허그는 인수희망자가 시장가격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이사회에 제시하고 이를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사회가 제안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인수 방식을 말합니다.
지난 9월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러한 인수제안이 주주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이사회 단계에서 처리되지 않도록, 상장회사가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제안을 받으면 그 내용과 검토 계획을 주요사항보고서로 공시하고, 일정한 공개매수에 대하여는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절차를 거쳐 의견을 표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공개매수에 대한 대상회사 이사회의 의견표명은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서 이미 의무화되어 있고,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일정한 경우 인수제안 단계의 공시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개정 상법이 도입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대상회사가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제138조 제1항), 이사회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음’과 같은 공시만 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위하여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이상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제안을 지배주주의 이해만을 고려하여 묵살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고, 제안을 거절하더라도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여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입법 목적입니다.
최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보류된 의무공개매수제도 역시 같은 취지입니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경영권 이전 시 일반주주에게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기회를 보장하려는 것이라면, 베어허그 제도는 일반주주가 그 기회를 활용할지 판단할 수 있도록 이사회의 정보 제공과 설명을 강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제도 도입의 직접적인 배경은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저PBR 문제입니다. 베어허그 제도를 통해 M&A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모두에게 공개되고 이에 대한 이사회의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따른 설명의무가 강제되면, 이에 상응하여 자연스럽게 주주환원이나 사업재편 등 기업가치의 제고를 위한 활동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인수 주체가 얼마나 있을지, 공개매수로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인수하여 향후 수익을 낼 만한 회사가 얼마나 될 지에 대하여는 다소 의문이 있습니다. 나아가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공개매수 방식의 적대적 M&A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최근의 SM엔터테인먼트(2023년), 한국앤컴퍼니(2023년), 고려아연(2024년) 사례도 창업자와 경영진, 형제, 동업 가문 사이의 분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외부 인수자가 저평가된 기업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전형적인 베어허그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새로 도입된 주주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주주가 이사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배임죄 성립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논의도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은 인수제안이 접수되었을 때 당장 활용 가능한 내부 처리절차 및 기준 등을 마련하여 둘 필요가 있습니다. 독립이사를 중심으로 한 위원회 구성 방법과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없는 재무ㆍ법률 자문사 선임 절차를 미리 정하여 두고, 제안가격의 적정성, 인수자의 자금력과 인수 후 경영계획, 독자 경영 시의 기업가치를 비교ㆍ검토한 과정을 기록하여 두어야 합니다.
이는 향후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될 때 이사회 판단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제도의 세부 기준은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것이므로 국회 심의 과정과 시행령의 내용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어허그 제도를 포함하여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의 권익보호를 기치로 법안들이 최근 다수 도입되고 있으나, 결국 결국 기업의 대응은 주주충실의무를 반영한 이사회의 역할과 기능이 각 기업에 어떠한 형태로, 어느 수준까지 자리 잡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도 향후 도입될 베어허그 제도를 경영권에 대한 위협 등으로만 볼 필요는 없으며, 평소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통해 확보한 기업가치를 시장에 설명하는 계기로 받아들여 대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